2019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도착>의 제목은 이야기의 결말과 주제를 모두 담아내고 있다. 연극은 뇌졸중으로 장기 입원해있는 아버지의 재활치료와 퇴원문제를 두고 일어나는 하루 동안 가족의 동분서주와 마음의 배회를 다룬다. 가족 구성원 제각각 결국 자기 자리에 도달하는 이야기인 셈이다. 아버지의 병실을 함께 쓰는 ‘나일롱’ 환자 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필요한 가족 정보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여기에 아버지의 퇴원 희망, 아들의 재활연장 주장, 퇴원과 입원 생활 결정을 두고 벌이는 남매의 의견 차이 갈등, 가장의 자리에 서게 될지도 모를 엄마의 두려움과 해묵은 시집살이 갈등 등이 섞인다. 극은 아버지의 외로움과 책임감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가장 역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상실감과 서운함을 아들이 점차 이해해가는 과정, 부자간의 거리 해소 과정을 주로 따라간다. 따라서 제목 ‘도착’은 이 모든 갈등과 소동 이후 가족들이 먹으러 외출하는 한 그릇 국밥 같은 온기의 회복과 도달을 의미한다.
[심사평] 안정된 대사 사이로 감정 교류 뛰어나
201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시나리오 부분에 응모된 원고는 75편이었다. 희곡이 대략 2/3 정도였고, 시나리오가 나머지 분량을 차지했다. 한 해의 매듭을 짓는 시점에서 장삼이사들의 희곡과 시나리오를 읽는 삶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들의 글 속에서 지난 1년의 삶과, 지금-우리의 삶이 교차 중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황지우의 말대로 내가 그들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분명 동시대의 동일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확신도 얻을 수 있었다. 신춘문예에 투고된 글의 관심은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무작위로 나열한다면, 취업, 고독(사), 요양병원, 노인으로 산다는 것, (반려)견, 화장, 소음 (소리), 1인룸(원룸), 계약동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소재들은 여러 편에 걸쳐 소재와 주제로 차용되었고, 그러한 문제의식에 관한 나름대로의 천착(문제의식이나 해결방안)을 어떠한 방식으로든(주로 문학적 방식이지만) 제시하려는 노력을 내보였다. 한편으로는 마음 아프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학(예술)의 역할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위안도 얻을 수 있었다.
당선작의 범주에 든 작품은 모두 세 작품이다.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의 종적과 마음을 따르는 작품 '도착'과, 아주 오래된 사연을 끌어내는 듯한 작품 '다시 나비가 되어', 그리고 신선한 소재와 참신한 감각으로 무장한 '가족대여점'이 그것이다. 세 작품은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가족대여점'은 가족의 존립과 그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주목되었고, '다시 나비가 되어'는 형식 밑에 가라 앉아 있는 은은한 과거지사의 격조가 좋았으며, '도착'은 안정된 대사와 대화 사이로 스며든 감정의 교류가 뛰어났다. 세 작품 모두 수상자의 품격을 갖추고 있었으나 희곡·시나리오 장르상의 특성상 공연 가능성이 가장 높고 무대 형상화에 근접한 작품이 수상 작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수상자에게는 축하를, 아쉽게 수상의 기회를 놓친 이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심사위원 김남석)

당선소감
'도착'은 가족에 대한 저의 절망과 희망이 녹아 있습니다. 일자리를 포기할 수 없어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전봇대에 올라 고압전을 만져야 했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간병하다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남동생은 부모님을 부양하느라 큰 짐을 떠안았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학교에 다니느라 가족들에게 별 보탬이 되지 못한 채 야간 알바와 병행하는 학교생활에 허덕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만 한다는 희망을 쓰고 싶어 완성한 작품이 '도착'입니다. 구질구질한 일상에 위대한 일상이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시대에 그런데도 희망을 소환해내는 작가가 되고자 합니다. 지난 한 해 서울예대에서 학우들과 함께 사학비리에 저항했고 미투 운동으로 피해 후배들과 함께 미성년 성범죄와 부당한 권력 구조를 고발했습니다. 학교 시위에 참여하고 미투 가해자의 재판에 증인으로 서느라 한 해 동안 단 한 편의 작품도 써내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11월, 재난과 죽음을 극복하는 이야기의 작품 '발화'가 국립극단 희곡우체통 공모에 당선됐고, 얼마 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도착'이 당선되었습니다. 당선 소식을 접하고 저는 먹먹해지고 말았습니다. 힘든 고비를 자처하며 어려운 길을 골라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희망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깃들기를 바랍니다.
힘이 되어주신 조성대 강추희 장윤정 김진대 황현경 황동근 장성희 고선희 조광화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동기, 서울예대 학우, 직장 동료, 재판을 도와준 많은 분들, 사랑하는 친구들, 저의 가족들과 가계를 책임진 저의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운명과도 같은 예술가 세 사람, 정민찬 김근율 강현욱. 사랑합니다.

김옥미: 1993년생. 김해중앙여자고등학교 졸업.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중퇴.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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