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이 작품은 내 후배 장근철 군과의 통화내용을 모티브로 한 논픽션이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많은 의미를 두고 썼다. (아무도 느끼지 못했을 작품의도를 두고 이러니저러니 떠드는 건 하,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전혀 느끼지 못했겠지만, 이 작품은 자칭 ‘깨시민’들에 대한 풍자다. (그렇다. ‘맨스 플레인’이 아니다) 굳이 요즘 식으로 이름 붙이자면 ‘좌혐’문학이다. 자기 할머니 할아버지의 투표성향을 그저 ‘독재에 대한 향수’ 혹은 ‘아직도 유신시대에 살고 있는 틀딱들의 오판’으로 너무나 간단히 치부해버리는 그 오만함과 같잖은 고결함이 저 당시 너무 꼴 보기 싫었다. …물론 결과적으론 진짜 오판이긴 했지만.
지금 읽어보니 이 작품은 자기반성의 성격도 띄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 필드에서 보기 드문 보수 우파라고 자부했는데, 기회의 균등을 강조하고 보편적 복지를 반대했던 그 정치적 성향은, 정작 나 자신에게 매달 50만 원의 달콤한 청년수당이 지급되자 귀신같은 드리프트를 선보이며 급격히 좌회전했다. 나는 이제 어디 가서 절대로 보수다, 우파다 따위의 말을 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정치적 성향’이라는 항목 자체가 나한테는 존재하지 않았던 거다.
케이티 페리 같은 여자가 “전두환 회고록에 사인을 받아오면 사귀어줄게”라고 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희동으로 향해 이태원 나이키 매장에서 조던을 기다리듯 몇 날 며칠을 ‘보고 싶습니다, 각하’를 외치며 캠핑할 놈이다.
다행히 허지웅 선생이 나보다 먼저 ‘2억을 준다면 MB의 좆이라도 빨겠다’는 희대의 명언을 남겼다. 조금 덜 부끄러워진다.
작가소개
1987년 생 부산계 서울인(남). 2013년에 <이수일과 심순애>라는 작품의 연기자로 처음 대학로에 입성했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2016년 9월, <질척대는 건 질색이야>란 작품의 극작가 겸 연출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제작비 삼백만원을 어머니에게 빌렸다. 부산 사는 이양희 씨(58세, 여)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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