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피아노곡을 들었다. 꼭 공연이 끝나기 직전 흘러나오는 음악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해서 ‘마지막’의 이미지를 떠올리다가 이 작품을 썼다. 흔히 인생을 한 편의 연극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나 당연히도 모두의 연극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젊음은 몰래카메라처럼 지나가고, 죽음은 몰래카메라처럼 찾아온다. 갑자기 많은 것들이 당황스럽게 닥쳐오고, 그러는 사이 클라이맥스는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기대’란 아직 오지 않은 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나간 일, 뻔히 알고 있는 일에도 사람들은 기대를 한다. 자신이 건강하고, 의지력 넘치며, 원하는 바를 향해 달려 나가는 젊음을 살았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 당시에 자신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에게 기대하고, 실망하고, 그러다가 결국엔 후회하는 과거조차 자신의 생이었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
김지은(지온)
낮에서 밤으로 넘어갈 무렵, 카페의 간판에는 불이 들어온다. 밤이 되었기 때문에 불 켜는 것이 아니라, 마치 불을 켜서 지금부터가 밤이라고 알려주는 것만 같다. 나의 필명은 그러한 카페 간판을 지켜보며 탄생했다. ‘지온’의 ‘온’은 영어 ‘on’이며, 나는 불을 격서 나만의 밤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자꾸만 무언가가 아쉽고 무언가가 그립다. 우리 모두는 조금씩 그런 부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아쉽고 그리워하는 것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장면인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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