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인간’들 속에서 인간의 진실 된 감정을 찾아내는 체호프의 재능은 단편 「이발소에서」도 생생하게 나타난다. 체호프는 상인들의 저속한 거래처럼 행해지는 결혼을 통해 젊고 가난한 청년의 꿈이 어떻게 깨지고, 첫사랑의 떨리는 감정이 어떻게 붕괴되는가를 신랄히 보여준다.
신부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과 마카르 블레스트킨의 사랑에 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속물적인 욕심으로 딸을 부유한 협동조합원과 사랑 없는 결혼을 시킨다. 체호프는 많은 애정과 동정심을 가지고 이발사라는 인물을 만들어 내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을 미화하지는 않는다. 인간 그대로의 생생한 형상을 즉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간 그 자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블레스트킨은 23세의 젊은 청년이며 ‘전부 합쳐 땡전 한 푼의 가치도 없는’ 이발소의 주인이다. 그의 이발소는 한마디로 불결하다. 시트에는 누런 얼룩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구석구석에 가난의 흔적이 배어 있다. 미카르는 이발에서 청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혼자서 한다. 그는 특별히 뛰어난 명인도 아니며, 그의 가위는 날이 무디기만 하다. 그래서 이발을 할 때면 종종 손님의 머리를 잡아 뽑아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는 이발소에 인접한 작은 방에서 산다. 마카르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소의 명성을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멋을 내어 옷을 입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그를 찾는 방문객들은 적으며, 그나마도 그럭저럭 겨우 살아나가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진실 되고 청렴한 사람이다. 그는 야고도프의 딸 안나를 시랑하며, 그녀도 그의 사랑에 화답한다. 애석하게도 블레스트킨이 이발소를 오랫동안 비울 수가 없어서 그들은 마치 서로 다른 길의 끝에서 시는 것처럼 매우 드물게 만난다. 이 사랑만이 그의 외로운 노동의 삶 속에서 행복을 향한 유일한 희망이다.
이 역할의 연기자는 필수적으로 이발사의 일을 경험해봐야 한다. 다시 말해, 이발사의 전문적인 기술과 특징적인 몸짓, 습관, 행위들을 관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발사가 시트를 끄집어내어 뒤집고, 그것을 흔들고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고객의 어깨에 두르는 행위들을 파악해야 한다. 이발할 때 가위가 내는 독특한 소리와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털어내기 위해 이발사가 가위로 빗을 두드리는 소리 등을 인지하고 있어야한다. 시대적 상황으로 보았을 때, 변변찮은 이발사들은 가운을 입지 않던 때라 블레스트킨은 아마도 작업을 할 때 조끼를 입었을 것이다. 블레스트킨의 대부인 에라스트 이바노비치 야고도프는 언젠가 야경꾼으로 근무했었으나 지금은 철물공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나이는 60세가량이다. 그의 성격의 근본적인 특징은 욕심 많고 인색한 것이다. 그는 블레스트킨이 자신을 무료로 이발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부에게 주는 몇 푼이 아까워 도시 전체를 가로질러 블레스트킨에게 걸어온다. 그는 사람을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다르게 대한다. 그는 블레스트킨과 한 약속을 깨뜨리는 데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젊은 이발사의 정신적인 고통은 결코 그를 동요시키지 않는다. 야고도프의 형상 속에서 체호프는 인간의 속물적인 우둔함과 좁은 시야, 그리고 이기주의적인 특성들을 그려내 보인다. 야고도프는 어두운 색의 셔츠와 조끼를 입고 있으며 오래되고 낡은 시사복 상의를 입고 있다. 실제 거울은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가상의 거울이 관객의 주의를 끌고자 책상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이점에 대해 연기자들은 무대 위에서의 몸짓과 자세로 관객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를테면 블레스트킨은 걸레로 가상의 거울을 닦으며 그것을 바라보고 머리 매무새를 고친다. 마찬가지로 야고도프는 자신의 용모를 거울에 비춰가며 자세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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