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안톤 체홉 단막 '적들'

clint 2018. 7. 2. 17:34

 

 

 

인간의 고통이 속물성에 의해 어떻게 능욕 당하는가를 보여주는 단편이다. 두 가지의 불행, 즉 의사 키릴로프의 슬픔과 지주 아보긴의 슬픔의 얽힘은 드라마적 슈제트를 구성한다.

체호프는 다음과 같이 키릴로프를 묘사하고 있다. “의사는 키가 크고 구부정하며 불결한 옷을 입고, 아름답지 못한 얼굴을 소유하고 있다. 무언가 불쾌하고 신경질적인, 상냥하지 못하고 엄숙하며, 마치 흑인의 것과 같은 입술과 매부리코, 눈초리는 조야하고 냉담하다" 그의 단정하지 못한 머리와 푹 꺼진 관자놀이, 길고 좁은 턱에 자라난 때 이른 흰 수염, 그 속에 가려진 턱, 창백하고 흐릿한 피부색, 무관심하며 어색한 태도, 이 모든 것이 냉담함으로 체화된 가난과 불행에 의한 것으로, 이는 삶과 인간에 의한 피곤함으로 인도한다. 의사는 너무나도 힘든 삶을 살았다. 일생 동안 인간의 고통과 불행을 보아왔으며, 노동하는 민중이 어떻게 사는지 잘 안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 자들과 무위도식하는 자들을 경멸한다. 그의 준엄한 외모 때문에 그가 인간의 고통에 등을 돌리거나 선을 베풀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비록 5분 전에 그의 외아들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불행으로 지치고 고통스러워 3일 내내 잠을 자지 못해 간신히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라는 고귀한 직분에 복종하여 죽어가는 자를 살리기 위해 그는 아보긴과 함께 가는데 동의한다. 키릴로프의 모습은 인간의 슬픔까지 초월한 삶의 고결함, 박애주의, ‘모든 게 넘치게 남아돌아서 오만하게 구는사람들의 개인에 대한 조롱에 대항하는 열정적인 민주주의적 저항으로 연민을 자아낸다.

그의 대척자인 부유한 지주 아보긴은 전혀 다르게 묘사된다. “풍성하고 짙은 금발의 아보긴은 커다란 머리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럼에도 부드러워 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최신 유행에 따라 옷을 세련되게 입고 있다. 그의 위엄 있는 태도와 단단하게 여민 프록코트, 그리고 긴 머리칼과 얼굴에서는 무언가 고상하지만 사자와 같은 느낌이 묻어난다. 그는 머리를 앞으로 꼿꼿이 세운 채 가슴을 내밀고 걷는다. 그리고 부드러운 바리톤 음성으로 말을 한다. 그가 목도리를 벗거나 머리를 단정히 빗질할 때면 섬세한, 마치 여성의 우아함과도 같은 기품이 풍겨난다. 심지어 창백함과 두려움마저 그의 위엄을 망칠 수는 없었으니 충만함과 건강함 그리고 자신감은 쇠락하지 않고 그의 온몸에서 숨 쉬고 있었다."

그러나 아보긴이 아내의 변절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 그의 모든 것은 변한다. “현관의 문턱에 서있기는 하나 이미 아보긴은 집에서 나갈 때의 그가 아니다. 뚱뚱하고 우아한 자태는 온데간데없고 손과 얼굴, 포즈는 공포가 아닌 육체적인 고통으로 혐오스럽게 일그러졌다" 그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그가 잘못했고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노가 타오르자 그는 사람들을 향해 멸시와 적의를 터뜨렸고 의사의 말은 들으려고도 않은 채 통곡하며 모두를 욕한다. 그러고는 자신을 위해 의사가 어떠한 희생을 치렀는지도 잊고 아내에 대한 분노를 털어놓는다.

 

 

 

키릴로프 역할의 연기자는 무대에 등장하기 전에 고통에 젖어 사흘간 한숨도 자지 못한 사람의 육체적인 피로에 완벽하게 공감해야 한다. 첫 번째 장에서 키릴로프는 아보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생각과 기분에 가라앉아 있다. 아보긴의 말을 알아차린 후에도 그는 낯선 사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질을 잊어버린 채

기계적으로 돌아서서 방을 나가버린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돌아온 그는 그제야 누군가 자신을 찾아와 기다린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두 번째 장면에서 의사는 현재의 상횡에 주의를 전혀 기울이지 않은 채 앉아 있다가 또다시 두려운 생각에 빠져든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상황의 저속함을 깨닫고 나서는 분노와 격분을 아보긴에게 모조리 쏟아붓고야 만다.

첫 번째 장면에서 아보긴은 그의 아내가 죽어간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또한 의사가 어떤 입장에 처해 있는지도 잘 이해하고 있지만 자신과 함께 떠나기를 부탁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에 너무나도 정중하게 의사의 마음을 열었다. 이 역할의 연기자는 첫 번째 장면에 형상화된 아보긴과 두 번째 장면에 등장한 아보긴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아내의 변절을 알아차린 그는 가련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 되었고 자신의 가정의 비밀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 털어놓으려 한다. 의사에게 비난을 받자 그는 예전의 오만과 완고함, 저급함이 불거져 나와 죄 없는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한다.

키릴로프와 아보긴의 역할을 맡은 연기자들은 기술된 주인공들의 외모를 그대로 모방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단지 등장인물의 성격을 보다 정확하고 심오하게 발견하도록 도웅을 주기 위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