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서준환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

clint 2017. 5. 25. 21:09

 

 

 

 

독특한 제목만큼 내용과 형식도 엽기적인 서준환의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

이 작품은 성적 판타지를 파는 섹스 숍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정치적 층위(왕당파/공화파) , 재현의 층위(몽환/상횡극/현장 검증), 성별의 층위(여성/남성) 오브제의 층위(실체/마네킹) 등의 여러 각도에서 보여준다. 이 작품의 몽환적이고 반복적인 성질은 서준환 작가의 유별난 특징이며, 그 밑자리에 그 빈칸에 아무거나 쓰시오식의 글쓰기의 불가능성(진실의 불가능성), 이 미친놈 봐라. 정치 사범 좋아하시네. 여자들 발목이나 잘라서 죽이고 돌아다니는 놈이 정치사범이면, 이 세상의 온갖 변태들이 다 레지스탕스 요원이게?"라는 식의 날선 정치적 무의식이 묘하게 공존한다.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는 한 섹스숍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몽환적인 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는 남성과 여성의 엇갈리는 시선을 통해 서씨는 '다층적인 텍스트 읽기'라는 실험을 시도한다.

 

 

 

 

 

작가의 글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라는 제목은 원래 1969년 프랭크 자파F. V. Zappa가 프로듀싱하고 괴짜 밴드 캡틴 비프하트 앤드 히즈 매직 밴드Captain Beefheart & His Magic Band’가 발표한 앨범 <Trout Mask Replica>의 번안 제목이다. ‘트라웃Trout’이면 송어인데 번역 표기를 한국에서는 전부 숭어라고 해놓은 거다. 슈베르트 가곡도 송언데 사람들이 전부 숭어라고 표기하더라고. 재밌어서 저 제목으로 반드시 어떤 작품을 반드시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희곡은 아니었는데, 공교로운 것은 그런 의식 같은 것은 없는데,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라는 단어에 내가 생각하는 연극의 원형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마스크 Mask’는 가면이고 레플리카Replica’는 복제·복사란 뜻으로, 작품 속, 이야기의 흐름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결국은 이중성과 묶일 수 있겠다. 아르토도 항상 현실이냐 비현실이냐, 허구냐 하는 연극의 이중성에 대해 문제 삼고 있고. 의미 있는 맥락에서는 그렇게 연결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Trout Mask Replica>이란 앨범 들어보면 완전 엉망진창이다. 코드도 안 맞고. 약간 지금 식으로 말하자면 키치 밴드. 근데 그 사람들에게는 당시 그런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로큰롤의 완제품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미학을 망가뜨리는, 이른바 컬트 의식 속에서 자기모멸 적이고 자해 공갈에 가까운 하위문화로 록을 망가뜨려보는 앨범을 내놓고 저항을 하는 괴짜들. 그 앨범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서준환

1970년 서울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2001<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수족관을 발표하며 등단

소설집으로 <너는 달의 기억>(2004. 문학과지성사),<파란비닐인형 외계인>(2005.틈북스), 희곡집으로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2009.이매진. 공저)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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