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
1970년대로 돌아가 이야기 하면, 크게는 자아분열을 가진 환자의 이야기다. 그는 두 인물로 나뉘어졌는데, 요한과 현이다. 요한은 그의 세례명이고, 현은 요한이 바라보는 객관적인 자아이다. 왜 작가는 세례명인 요한을 중점으로 이 희곡을 전개했을까. 이유는 종교에 기인한다. 요한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싸여있는 인물이다. 성모상을 깨뜨리고, 어머니를 쓰러지게 했다는 그 죄책감에 휩싸여 있는 인물이 바로 요한이다. 신에 대한 기대감이 클수록 그가 타락하는 데는 더 박차가 가해진다. 작가는 현재의 현보다는 요한이라는 인물에 집중되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는 우리 안에서도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가 서로 상충되어 나타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를 작가는 현실적 존재 현과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요한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보여줌으로써 사건을 긴장감 있게 전개시켜 나간다. 부인 젬마는 현이 남편이자 요한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시간을 끈다. 이러한 조짐은 앞부분의 식모가 이야기 하는 부분이나, 식모가 노래하는 부분에 이미 모든 사건의 전말은 암시되어 있다. 또한 감옥 대신에 하얀색 식탁보만 봐도 반응을 하는 현의 몸짓과 대사에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그는 요한을 찾는 걸까. 그의 해답은 요한을 찾는데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까. 내가 무엇을 원하고, 나의 죄의식 속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는 남보다 자기 자신이 더 잘 안다. 그렇다면 왜 그는 불안해하며 요한을 찾는 것일까. 어쩌면 그는 자신이 요한임을 아는 것보다 회피하는 것이 더 나은 것임을 알면서 행동하는 것 같다.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자신이 하는 생각이나 말이 꿈에 있고, 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계속 자신의 꿈에서 살고자 했던 여자처럼, 요한은 자신이 요한임을 부정하면서 끝없이 자신에 대해 물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대개 자신이 드러날수록 감추려는 게 더 강하기 때문이다. 요한 역시 자신이 요한임을 알수록 느껴지는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제3자가 된 듯 요한을 찾고, 자꾸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자신임을 알아갈 때 이를 부정한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감당하기 힘든 사실일수록 자신은 제3자가 되어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끝내 그는 요한을 찾지 못하지만, 자신이 요한임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계속된 질문을 자신을 향해 쏟아낼 것이다. 우리 역시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모르는 것이 자기 자신이다. 과거의 실수와 죄의식이 자신을 옭아맬수록 인간은 기억을 왜곡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리화시키기 때문에 진실을 알아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이러한 인간의 고뇌를 시기적절하게 소재로 잘 선택해서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이현화
극중 주인공인 요한은 자신의 자아를 상실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다.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의 아내조차 알아보지 못하며 자신 스스로를 어머니를 죽인 죄인이라고 여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자아를 상실한 채 인간적인 고독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노을이 짙어지는 시간, 한 청년이 여인의 집에 불쑥 들이닥치게 되고, 그는 ‘요한’이라는 자신의 친구를 찾는다. 같은 감방에서 고생을 함께 나눈 친구 사이라며 여인에게 ‘요한’을 데려오라고 말하는데, 청년을 맞닥뜨린 여인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다. 사실 청년이 찾고 있는 ‘요한’은 청년 자신이며, 여인은 요한의 아내 ‘젬마’이다. 요한은 자신을 압박하는 ‘어떠한 것들’로 인해 정신분열증을 앓게 되었으며 끝내 자신과 요한을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는 지경에 이르러 정신병원에 입원한 상태이다. 정신병원을 탈출해 ‘요한’을 찾고자 요한의 집으로 온 청년은 자신의 아내조차 알아보지 못하지만, 아내 ‘젬마’는 요한의 기억을 되돌리고자 안간힘을 쓴다. 요한은 ‘요한’을 찾을 수 있을까.
이현화 작가는 개성적이고 전위적인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 세계는 기존의 희곡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형식과 주제로 사실주의 극을 파괴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신선하고 기발한 착상을 드러내며 보수적이고 관성적인 연극 인식에 자극과 공격을 퍼부어 주었다. 특히나, <요한을 찾습니다>에서 볼 수 있는 미스터리한 상황 설정들은 작품의 끝까지 독자들에게 물음표를 던지며 혼란함 속에서 신선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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